아동을 상담하고 치료할 때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점은 아동의 발달적 특성이다. 아동은 성인처럼 언어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언어를 사용해서 자신의 감정과 내면의 상태를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아동의 나이가 어릴수록 이와 같은 제한점은 더 커지기 때문에 아동의 발달적 수준에 적합한 의사소통 매체를 사용해야 하는데, 아동의 가장 자연스러운 자기표현 매체는 놀이이다. 놀이는 학습 과정 없이 나타나는 본능적 행동이며, 아동의 감정, 욕구, 생각, 경험 등은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또한 놀이는 자발적이며 즐거움이 따르고, 인간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 중요하며 놀이에는 치유적인 힘이 있다. 이처럼 놀이를 매개로 아동의 심리치료에 접근하는 기법을 놀이치료라고 한다.
미국 놀이 치료학회에서 놀이치료에 대해 정의하고 있는 것을 살펴보면 '내담자들의 심리사회적 어려움을 예방하거나 해결하고, 최적의 성장 및 발달을 성취하도록 돕기 위해서 훈련된 놀이치료사들이 놀이의 치료적 힘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놀이치료가 철저하기 이론적 모델이 근거한 치료 양식이라는 점과 놀이가 지닌 치료적 힘을 인식하고 활용한다는 점이다. 이 치료적 힘은 놀이가 지닌 능동적 힘으로 내담자인 아동이 자신의 심리사회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긍정적인 발달을 성취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놀이치료는 가장 호의적이고 알맞은 조건에서 성장할 수 있는 경험의 기회를 아동에게 제공해 준다.
아동에게 놀이를 숨 쉬는 것처럼 당연한 것으로, 문화마다 모습마다 가치는 각각 다르지만 문화를 초월해서 모든 아동은 놀이를 한다. 놀이는 아동기 발달의 중요한 요소로, 놀이에 따른 강렬한 감각과 신체적 자극은 뇌의 회로 형성과 신경 손상 예방을 돕는다. 또한 놀이는 문제 해결과 새로운 경험 및 생각을 지속해서 갖게 해 아동에게 힘과 통제감을 제공하며 자신감과 성취감을 갖도록 돕는다. 그리고 놀이는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데 기여해, 놀이를 통해 의사소통하며 또래뿐만 아니라 성인과의 관계를 수립하고 사회적 기술을 배우게 된다. 뿐만 아니라 아동은 놀이를 통해 현재 자신이 느끼는 정서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인과 관계 사고를 발달시켜 충동을 통제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
놀이치료는 정신분석적 놀이치료로 시작되었는데 1909년 프로이트가 공포증이 있는 5세 남아 한스를 치료하면서 시작되었다. 프로이트는 한스의 공포증이 정서적 원인에 있다고 보고 한스의 아버지에게 한스를 관찰하는 방법과 함께 한스의 공포와 불안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식으로 치료를 실시하였다. 이후 허그 헬무스, 멜라니 클라인과 안나 프로이트는 아동에게 맞는 심리치료법에 대한 견해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기여하였다. 허그 헬무스는 자신의 문제를 주로 언어로 표현하는 성인의 치료 방법을 아동에게 적용하는 것은 실제로 어려움이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놀이를 통해 아동을 분석할 수 있다고 보고,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아동의 놀이 행동을 관찰하면서 아동을 치료하였다. 멜라니 클라인은 어린 아동을 분석하기 위해 놀이를 사용하였는데, 놀이를 통해 아동의 무의식 내용을 표면으로 끌어올려 억압된 소망과 갈등을 해석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놀이를 통해 그런 경험을 재경험하고 극복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이후 안나 프로이트는 치료자가 아동과 치료적 동맹을 형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놀이를 사용하였으며, 아동의 그림과 놀이 속에 숨어있는 무의식적인 동기를 해석하기에 앞서 아동과 치료자 사이의 정서적 관계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아동이 자신을 가장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매체가 놀이라고 믿고, 놀이 상황에서 모든 것을 상징적인 것으로 단정하는 것에 주의하였다. 또한 놀이에 대한 직접적인 해석은 줄이고, 놀이 관찰과 부모 면담을 통해 광범위한 지식을 얻기 전에는 아동에게 놀이의 실제 의미에 관한 직접적인 해석을 하지 않았다.
1930~1950년대에는 전통적인 정신분석적 놀이치료 외에도 새로운 이론적 모델을 제시하는 다양한 아동 심리치료 이론과 기법이 발달하였다. 레비, 솔로몬, 함브리지와 같은 학자들은 해석보다 놀이의 정화적인 가치와 치료과정에서 치료자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구조화된 놀이치료'를 제시하였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서 치료자와 내담자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오토 랭크의 철학에 기초하여 관계 놀이치료가 개발되었다. 여기서는 아동과 치료자 간의 관계를 강조하는데, 대표적 학자로 알렌, 무스타카스를 들 수 있다. 이들은 아동이 외상이 있을 경우 이로 인해 다른 사람과 적절한 관계를 맺기 어렵게 된다고 보았다. 따라서 이들 아동이 심리치료라는 안전한 상황에서 치료자와 자연스럽고 신뢰적인 관계를 맺을 기회를 제공해 자신을 더 적절하게 수용하고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보았다.
놀이치료의 본격적인 발전과 학장은 아동 중심 놀이치료에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는데, 액슬린은 아동을 대상으로 한 놀이치료에 칼 로저스의 인간 중심 접근법을 적용해 비지시적 놀이치료를 발전시켰다. 비지시적 놀이치료는 아동의 자기 인식과 자기 안내를 주요 목표로 삼으며, 치료자는 아동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동일시하며, 수용할 때 자기 자신을 수용하고 그 감정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다는 사실을 믿으며, 아동의 사고와 감정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준다. 이 같은 비지시적 놀이 치료는 이후 내담자 중심 놀이치료로 불리다가 이후 아동 중심적 놀이치료로 확장되면서 미국 노스텍사스 대학교의 개리 랜드래스에 의하여 이론적으로 더 깊이 있게 발전되었다.
미국에서는 1982년에 놀이치료학회가 결성되었고 이후 국제 놀이 치료 학회로 발전해가면서 놀이치료는 다양한 이론적 접근과 임상적 기법들을 선보이면서 아동 상담 및 심리치료의 주요 기법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정신분석적 놀이치료와 아동 중심 놀이치료뿐만 아니라, 게슈탈트 놀이치료, 아들러 놀이치료, 현상적 놀이치료, 인지행동 놀이치료, 발달놀이치료, 치료 놀이, 가족 놀이치료, 생태학적 놀이치료 등 놀이치료의 다양한 접근이 생겨났다. 그리고 개인놀이치료뿐만 아니라 집단놀이치료, 그리고 부모가 놀이치료에 참여하는 부모 놀이치료 등 다양한 방법이 개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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